삼성전자가 마침내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첫 XR 헤드셋 ‘갤럭시 XR’을 공개했다. 선발주자인 메타의 ‘퀘스트’, 애플의 ‘비전프로’에 이어 XR 플랫폼 경쟁에 합류한 것이다. 애플은 이날 업그레이드 된 비전프로를 공개하며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갤럭시 XR은 삼성·구글·퀄컴 3사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의미의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을 포괄하는 기술이다. 김정현 삼성전자 부사장은 “XR은 혼자 할 수 없는 분야다. 생태계 조성과 기술 협력이 필수”라며 “4년 전 구글을 찾아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저스틴 페인 구글 XR 제품관리 총괄 역시 “하드웨어부터 시장 전략까지 원팀으로 개발한 전대미문의 협업이었다”라고 강조했다.
갤럭시 XR의 OS는 3사가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이 탑재됐다. 구글 지도·포토·유튜브 XR 등 안드로이드의 기본 서비스는 물론 스마트폰에서 쓰던 기능도 ‘갤럭시 XR’에서 구현된다. 애플이 ‘비전 OS’으로 폐쇄형 생태계를, 메타가 ‘호라이즌 OS’로 독자 노선을 지향했다면 삼성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XR로 확장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은 AI와 XR의 결합을 강조했다.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 AI’ 기술과 구글 AI 비서 제미나이가 탑재돼 사용자와 기기 간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하다. 이날 행사장에서 시연자가 갤럭시 XR을 쓴 채 “제미나이, 뉴욕 명소인 맨해튼 브릿지로 안내해줘”라고 요청하자 마치 뉴욕에 순간이동한 것처럼 눈앞에 맨해튼 전경이 선명하게 펼쳐졌다. “피자 맛집 찾아줘”라는 요청에는 가게 내부 모습까지 구현돼 실제 식당에 들어간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두뇌 역할을 하는 칩셋에는 퀄컴의 최신 칩인 스냅드래곤 XR2+ 2세대가, 디스플레이는 4K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이 탑재됐다. 비전 프로도 OLED를 탑재했으나 해상도가 갤럭시 XR보다 낮고, 가성비를 중시한 메타 퀘스트3는 애초에 액정표시장치(LCD)를 채택했다.
갤럭시 XR의 무게는 545g으로 메타 퀘스트(515g)와 비전프로(750~800g)의 중간 정도다. 비전프로 신제품은 애플의 최신 칩 M5를 탑재해 무게가 기존(600~650g)보다 150g 더 늘었다.
현재 XR 시장은 메타가 압도적 1위(2분기 기준 71%)를 차지하는 가운데, 일본 소니(6%), 중국 레이네오(5%), 애플(4%)이 뒤따르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2월 비전프로를 내놨지만 3499달러(약 500만원)의 고가에, 무겁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성과를 내진 못했다. 갤럭시 XR은 1799.99달러(257만원, 국내 출고가 269만원)로 애플보단 저렴하고 499달러(71만원)인 메타 퀘스트3보단 비싸다.